조현미 기자 ⓒ 매일노동뉴스

“전국 시·도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이 6만5천여명입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방공무원노조를 담당하는 사무관이 한 사람밖에 없어요.”

김종기(51)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최한 ‘일선 공무원과의 대화’에 노조 대표자 중 한 명으로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맹 장관에게 “전국시·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교과부에 대화창구를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고, 맹 장관은 “안병만 교과부장관에게 꼭 전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교과부에는 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들의 노조를 담당하는 사무관이 1명 있다. 하지만 노조 업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무와 겸임하고 있다. 노조와 교과부의 ‘소통 부재’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난 10일 서울 갈월동 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종기 위원장은 “현장에 있는 지방공무원들의 목소리를 교과부에 전달할 수 있는 대화통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전국 시·군·구 단위 교육청 180개에 소속돼 있는 행정직과 기능직 공무원들이 조직대상이다. 행정직과 기능직 공무원의 비율이 대략 4대 6 정도다. 2004년 전국교육행정기관공무원노조연맹으로 출범했고 지난해 2월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로 명칭을 변경했다.”

- 지난 교육감·교육위원 선거 결과를 평가한다면.
“교과부가 지금까지 해 온 정책에 대한 평가라고 본다. 교과부는 4월부터 지역 교육청 개편사업을 하고 있다. 시설·보건 등 업무를 나눠 거점교육청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인사이동이 뒤따르고 있다. 기간을 정해 실적 위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교과부가 일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지방공무원들의) 반발심도 있었을 것이다. 7월에 새로운 교육감이 취임했을 때도 개편사업이 그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 핵심 공약 중에 기능직공무원 10급제 폐지가 있다.
“기능직도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경력직공무원인데 한쪽은 10급부터 시작하고, 한쪽은 9급부터 시작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81년 이전에는 기능직 공무원도 일반직에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체 교육청 소속 기능직공무원이 3만3천319명이다. 이 가운데 10급 정원이 43%, 9급 정원이 32%다. 반면 8급은 14%, 7급은 8%, 6급은 3%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기능직 공무원 비율은 10급 11%, 9급 19%, 8급 43%, 7급 19%, 6급 8%다. 상위직급 정원이 적다 보니 승진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궁극적으로는 기능직을 폐지하고 일반직렬에 포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 초·중등교육법 20조4항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조항의 내용은 행정직원이 교장의 명을 받아 학교의 행정사무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교원은 관계법령에 따라 근무를 하는 반면, 행정직원은 교장의 명에 따라 근무를 해야 한다. 평소에는 큰 상관이 없지만 교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을 경우 문제가 생긴다. 교장의 명을 따르지 않으면 명령불복종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교원과는 차별되는 것이다. 17대 국회 때 개정안이 발의돼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는데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18대 국회에도 발의돼 있다. 여야 비쟁점 법안이기 때문에 본회의에 상정되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교육청 공무원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교과부가 9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교육청 개편이다. 교과부는 시설, 급식·보건, 정보화·복지 등 사무를 권역별로 교육청이 담당하는 거점교육청 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남지역의 경우 통영·거제·고성 권역에서 거제교육청은 시설 거점, 통영교육청은 급식·보건 거점, 고성교육청은 정보화·복지 거점교육청으로 개편하는 방식이다.

경남도교육청공무원노조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이 소수직렬에 대한 어떤 의견수렴도 없이 거점교육청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제대로 된 기능개편이라면 적재적소에 공무원을 배치해야 하는데 거점교육청 제도는 교육청 한곳에 기능을 집중시켜 교육서비스 기능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 공무원노조들의 2008년 대정부교섭이 중단된 상태다.
“노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단체교섭이다. 사용자에게 정당한 요구를 해야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막혀 있으니 답답하다. 교섭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정부 양측에서 조금씩 양보를 해야 한다. 우선 간사들끼리 실무교섭이라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 정부가 지난해 통합한 전국공무원노조에 설립신고를 내주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노조설립은 신고제다. 법적인 요건만 갖추면 당연히 내줘야 한다. 그 다음의 문제는 법령과 복무규정으로 제재를 할 수 있다. 노동부가 신고를 반려한 마지막 사유가 감독적 지위에 있는 6급 공무원 가입 문제였다. 현재 인사이동에 의해 감독적 지위에서 그렇지 않은 지위로 이동한 조합원들도 있을 것이다.”

- 지난 2월 논의됐던 공무원노총·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연맹(광역연맹)과의 통합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월에 통합을 통해 광역·기초·교육·행정 4개 연맹으로 총연맹을 구성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이달 9일 박상조 광역연맹 위원장과 만나 통합의사를 재확인했다. 나아가 전체 공무원노조와 통합하고, 이후 공공부문 노조가 모두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노조들이 파편화돼 있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모두 뭉쳐도 국가 권력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 텐데 말이다. 재선은 생각하지 않고 위원장을 맡은 만큼, 임기 동안 공무원노조 통합의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시급한 현안이 있다면.
“행정안전부에서는 지자체 공무원을 위주로 처우개선 문제를 고민한다. 교과부에 가면 교원 위주로 정책을 편다. 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노조는 사무관 1명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것도 업무를 겸임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교과부에 전달하고 싶어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이렇게 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들이 가장 소외되고 있다. 행안부가 주관하는 공직선진화추진위 실무추진단에 노조 대표로 참가하고 있지만, 학교 교육 행정을 이해하는 위원이 없다. 실무추진단 회의도 한 번 진행했을 뿐이다. 교과부와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반드시 필요하다.”